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별생각 없이 레미제라블을 봤다. 감독이 킹스스피치의 감독이다.
킹스 스피치도 굉장히 좋았기에 약간의 기대를 했다.
그러나 보고 온 사람들의 평이 갈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러닝타임이 워낙 길어, 쉽게 지루할 수 있다는 평가였다.
하긴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들은 나도 어느 정도 기대 이하였기 때문에,
마음의 기대를 접어놓고 보기로 하였다.
나는 뉴욕에 잠시 머물렀을 때, 3편의 유명 뮤지컬을 봤었다.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
맘마미아는 워낙에 어려운 용어도 안 나오고, 신명 나는 뮤지컬이라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난다.
오페라의 유령은 공연장 자체가 고풍스러웠고, 배우들의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레미제라블은 무거운 주제와 어려운 단어 사용으로 영어 초짜인 나에게 쉽게 와 닿지 못했다.
맘마미아가 영화화됐을 때, 뮤지컬의 감동만큼은 아니었고, (뮤지컬은 뭔가 더 활력이 넘쳤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영화도 좋았지만, 뮤지컬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소설의 영화화와 더불어 뮤지컬의 영화화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더랬는데,
이번 레미제라블은 너무나 깊은 감동을 받아서, 게다가 자막의 힘도 있었고(ㅎㅎ), 명화가 될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이 영화는 동시녹음으로 만들어졌다.
보통 뮤지컬 영화는 입만 벙긋하고 나중에 목소리를 스튜디오에서 녹음에서 씌우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야 소리도 알차게 담을 수 있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동시녹음 ?? 처음엔 어떤 퀄리티가 나왔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선택은 너무 완벽했다.
덕분에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어가 있다. 그때 그 연기할 때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래서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의 가슴에 어퍼컷을 날린다. 꽝하고 뭐가 와서 부딪힌 것만 같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
어쩌면 깔끔하고 깨끗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배우들의 감성까지 고스란히 담아내고 가감하지 않은 소리로 더욱더 큰 감동이 다가왔다.
배우들의 열연은 정말 물개 박수가 모자랄 정도다.
앤 해서웨이를 다시 보게 됐다. 이 영화에서는 그녀는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을 포기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묘한 아이러니가 일어났다.
그녀는 평생 아름답고 고귀한 역할만 맡을 수 있는 배우일 텐데 ;; 멋지다. 정말.
이 영화의 주인공 장발장 역할을 한 휴잭맨은 역시 맨 중의 맨이다.
이런 진정성 있는 연기라니. 정말 찬양받아 마땅하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지루해질 수 있었을 것 같다.
그가 나올 때의 화면 몰입도는 대단했고, 그는 진짜 장발장인 것만 같았다.
배우가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러셀 크로우가 없었다면, 장발장과의 대결에서 그만큼의 긴장감이 있었을까 ?
이 영화에서 둘은 끊임없이 만나고 대치한다. 그 장명은 항상 관객을 압도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틀이고,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다.
그는 나쁘지만 나쁘지 않은 캐릭터의 고뇌를 한껏 보여줬다.
러셀 크로우가 주인공이 아니고 악역인 이 역할을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다.
그 덕분에 장발장은 더욱 빛났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이야기 흐름은 프랑스 시민혁명이다.
절대 권력 군주에게 자기들의 소리를 내기 위한 몸부림.
그러나 한없이 작고 나약한 그들의 모습.
저항하지 않고, 그들의 삶에 만족하고 살아도 될 텐데, 민중을 위해 그들은 붉은 깃발을 흔든다.
그들은 모두 탄압당하고, 군부의 총칼에 죽어 나갔지만,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해 싸운다.
그들은 외친다.
"내일은 오리라"
이 이야기의 원작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민작가이다.
빅토르 위고가 이 소설을 쓴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 인간의 불행을 없애고, 빈곤을 추방하며, 무지를 교육하기 위해 『레 미제라블』을 썼다."
민주주의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내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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